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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같이 소중한 영화 "파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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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같이 소중한 영화 "파묘

Dooku 2024. 4. 25. 03:05

할아버지의 묘자리로 인해 장자들이 고통을 받는 재벌 박가 집안의 의뢰를 받게된 무당 화림 과 법사 봉길 은 풍수사 상덕과 그의 파트너 장의 사 영근과 함께 이장작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박가 할아버지의 묘를 찾은 이들은 풍수지리상 악지라 불안함을 느끼고 잠시 망설이지만 큰 돈이 걸린 일이라 예정대로 이장을 추진 하게 됩니다. 굿과 함께 무덤을 무사히 파내지만 사람의 얼굴을 한 기이한 뱀을 죽이자 갑자기 큰 비가 내리고 즉시 화장하기로 했던 계획이 잠시 미뤄지게 됩니다. 이때 절대 관을 열지 않기를 바랬던 유가족의 요청과는 달리 보물이 숨겨져 있을수도 있다는 과거 소문에 그만 관을 열게 되고 그 관에서 박가 할아버지의 영혼이 풀려나가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영화 시작부터 이 초반부 빌드업은 정말 눈을 뗄수 없을정도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초반부터 이렇게 집중력 있게 흡입하게 해주는 영화는 거의 본적이 없는데 이 파묘는 이 부분까지 가히 최고라고 평가 할수 있습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귀신이 등장하고 그 귀신은 박가 집안에서 누구이며 어떤 인물이었는지 왜 그 묘자리에 묻히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풀어집니다. 박가집안은 그야말로 거의 몰살을 당하게 되고 영혼을 불러들이는것을 실패한 화림과 봉길은 관을 태움으로서 분노한 할아버지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는데 성공하고 일단 마무리가 됩니다. 깔끔히.. 마치 영화가 끝나버린듯....

하지만... 여기서 끝날리가 없죠....

연기의 신이라 할수 있는 최민식과 합을 이루는 젊은 김고은의 연기력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그 주변의 유해진이나 무녀등등 분위기과 연기를 나무랄데가 없군요. 이 파묘가 이런 불경기에 왜 흥행할수 밖에 없는지 영화를 보자마자 바로 알수 있었습니다.

초반부 빌드업을 너무 잘해놔서 할아버지 귀신이나 일본요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것이 다소 실망스러울수 있는데 저는 여기서 아예 직접적으로 드러낸 방식이 더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깨비불의 묘사도 이렇게 직접적일수 있나 싶을정도로 대 놓고 여러번 보여주는데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 되니 이것이 더욱 사실처럼 느껴저서 더욱 몰입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꼭 등장하던 이해할수 없는 즙짜기 신파도 없으며 난해한 떡밥의 무책임한 투척도 없고 이야기를 너무 꼬아 놓지도 않아서 오히려 청량감이 들어서 보고 난 후에도 느낌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것은 감독과 작가의 확신과 자신감에 비롯된 심플하고 산뜻한 네러티브 라고 할수가 있어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그림들이 딱 하고 있으니 무언가를 더 붙이고 꼬고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파묘는 한국의 근대 역사관을 확실히 가진 추제성이 있는 감독의 연출입니다. 친일파 였던 박가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는 죽음에 이르러서 까지 일본 음양사의 희생량이 되어 철저히 계산된 태백의 척주차리의 봉인을 가리는 가림막이 되어 버렸고, 그 사나운 기운에 저승에 가지도 못하고 자손들을 괴롭히다가 결국은 그 자손들을 몰살시키는.... 박가 집안은 거대한 친일파 집안으로서 하늘의 벌을 받은것입니다.
우리의 풍수사 상덕의 차번호를 보셨나요? 바로 0815 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확인한것은 상덕의 0815 였는데 검색을 해보니 다른 주연배우들이 타고 나온 차량도 1945 0301 등의 번호를 달고 나왔다고 하는군요. 캬... 멋집니다.
파묘는 역사의식이 확실한 영화 입니다.

파묘를 보면서 울컥한 장면은 두장면이 있었습니다. 회복중인 봉길의 입원실에서 말뚝을 발견하고 그 말뚝을 손대지 말자는 화림과 영근을 설득하는 상덕의 대사.... 대충 "..... 우리는 지금 이대로 잘 살아 왓지만.......... 우리 애들이 앞으로 밟아 나갈땅에 저런것을 냅둘수 없지 않느냐....." 이 대사를 치는데 나는 눈물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두번째는 마지막에 요물을 물리치고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상길의 생각이 나레이션처럼 흘러나오는 마지막 부분,,., 또 눈물이 나왔습니다.
"신파는 없는데 나는 울고 말았다....."



몇가지 상징성도 이 파묘의 매력을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상길과 영근은 이미 찌들대로 찌든 이율배반적인 우리의 평범한 기성세대를 보여줍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혹은 최소한 내가 하는일이 무엇인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옳은것인지 알고 있지만 굳이 내가 나서서 고치고 바꾸려 들지 않는 속세의 고루한 기성세대...
하지만 화림과 봉길은 나서서 찾아가고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지만 자신이외에 타인은 잘 믿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MZ세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스토리 입니까?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일제의 잔재를 뿌리 뽑는다... 이 얼마나 숭고한 이야기 입니까?
꼭 이렇게 보지 않더라도 젊고 새로운 우리나라 영화계를 이끌어갈 연기자 김고은, 이도현..... 이들의 길을 먼저 이끌어준 대선배 최민식, 유해진과 함께 이렇게 좋은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내어 힘든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게 되는 모습이 너무나도 뿌듯합니다.

증오와 분열이 키워드가 되어 버린 요즘.. 단비처럼 파묘가 내려주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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